[야고보의 복음 단상]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좋은 것을 얼마나 더 많이 주시겠느냐?"
마실 물이 더 절실한 사람은 평화로운 집에서 유유자적하는 이가 아니라, 사막 한가운데에서 목마름으로 타는듯한 갈증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아버지에 대한 신뢰가 필요한 곳도 평화롭고 걱정 없는 곳이 아니라, 아버지의 부재를 체험할 수밖에 없는 그곳 곧,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세상입니다.
마치 오늘 제1독서의 에스테르 왕비가 유대인들을 자신의 재산과 목숨을 걸고 몰살시키려는 하만의 계략 앞에서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주님께 피신처를 구한 것과 같은지도 모릅니다.
"하느님이 어디 계신가?"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곳에서 하느님께서 함께하심을 드러내는 사람이 바로, 그리스도인입니다.
사랑이 끝난 자리에서도, 주님의 사랑을 닮기를 멈추지 않을 깊은 믿음을 구하는 아침입니다.
정호승 시인의 "봄길"이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로 단상을 마무리합니다.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