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야고보의 복음 단상] 2023년 3월 21일2023-03-21 11:01
작성자 Level 10

[야고보의 복음 단상]


"건강해지고 싶으냐?" 하고 그에게 물으셨다.


복음의 벳자타라는 연못 주위에는 많은 병자들이 있었습니다. 이따금 주님의 천사가 그 연못에 내려와 물을 출렁거리게 하였는데, 물이 출렁거린 다음 제일 먼저 그 연못에 들어가는 사람은 어떤 질병이라도 낫게 된다는 민간전승이 있었던 그곳입니다.


"건강해지고 싶으냐?"라는 물음 그런데 그의 대답은 엉뚱합니다. 상식적으로 라면 "예, 건강해지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했을 텐데 복음의 그이는 다른 대답을 합니다. 


"선생님, 물이 출렁거릴 때에 저를 못 속에 넣어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는 동안에 다른 이가 저보다 먼저 내려갑니다."


38년이라는 너무나도 오랜 시간의 설움이 그의 병든 몸과 마음을 더욱 병들게 했었구나 그의 대답에서 생각하게 됩니다.


그는 어쩌면 자신의 병보다 다른 이들이 자신보다 먼저 그 못에 뛰어드는 것이 속상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복음에 따르면 못 주위에는 이 사람뿐만 아니라 많은 병자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 모두가 천사가 내려오기를 기다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자신이 누구보다 먼저 그 못에 뛰어들기를 원했을 것입니다.


왜? 이 사람이 이곳에 있는지,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거나 위로하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병에만 관심이 있었고, 치유받기 위한 기적을 서로가 경쟁하며 기다렸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우리입니다.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마음만 살피는 진정한 환자들...


그렇게 살아왔던 그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주님은 물으십니다. "건강하기를 원하느냐."


믿음은 경쟁을 통해 얻어내는 그 무엇이 아닙니다.


그리고 기도의 응답도 우리가 마치 자판기에서 무엇을 뽑아내듯이 우리가 원하는 때에 즉각적으로 얻어내는 그 무엇이 아닙니다.


마치 아브라함이 아주 늙은 나이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과 같고, 또 즈카르야가 자신이 원하던 아들을 젊은 시절이 아니라, 아주 늦었지만 꼭 필요한 시기에 얻게 된 것과 같은지도 모릅니다.


38년 오랫동안 아픈 그이에게 주님은 지극한 애정으로 다가가 물으십니다. 그리고 그는 이제껏 자신이 가졌던 헛된 믿음과 경쟁을 버리고 일어섭니다. 그리고 주님의 말씀을 따라 들것을 들고 걸어갑니다.


그이의 손에 들려진 들것은 이제 더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이를 향하고 위하는 들것입니다.


기도합니다. "예, 주님 건강해지고 싶습니다." 저만 바라보는 외눈박이 아닌 두 눈으로 바라보는 주님의 그 눈을 닮기를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