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야고보의 복음 단상] 2023년 3월 9일2023-03-09 11:24
작성자 Level 10

[야고보의 복음 단상]


"게다가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 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 쪽으로 건너오려 해도 올 수 없다."


한쪽은 넘쳐서 양식을 쓰레기통에 넣는 자리가 있고, 다른 한쪽은 양식이 쓰레기가 됨을 생각조차 못 하는 자리가 있습니다.


그 사이의 간극만큼이나, 주님의 길과 우리의 길은, 요원하고 간극이 큰지도 모릅니다.


저는 복음의 부자와 라자로의 이야기를 대할 때면 자주 부자가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길의 고초 속에서도 자신을 꺼내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다섯 형제에게 경고해 그들만이라도 이 고통스러운 곳에 오지 않게 해 달라고 청하는 그의 모습에서 가족애가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신학생 때 복음을 나누면서 이렇게 말했더니, 한 신부님이 "어 그게 뭐가 착하노 자기 가족밖에 모르고 호화롭게 자신의 배만 채우고 살았는데,...봐라! 죽어서도 자기 가족만 생각한다 아이가" 이랬습니다.


어쩌면 오늘 복음의 부자는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는지도 모릅니다. 그에게 잘못이라면 이웃의 굶주림에 무심했고 같이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나의 일이 아니니까,

나의 분함이 아니니까,

나의 설움이 아니니까,

나의 아픔이 아니니까,


그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그들의 일이니까...

That's not my business...


듣지 못했고, 보지 못했던 그의 자리가 나의 자리는 아닌가 돌아봅니다.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 는 복음의 말씀처럼 주님의 가르침은 구약의 정신보다, 훨씬 더 깊은 헌신을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제가 신부가 되기 전에 그 신부님은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네가 어디를 가든지, 예쁘고 좋은 것들은 네가 노력하지 않아도 네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은 네가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다가가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다가가야 할 주님의 길 그리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길 역시도 우리가 의식적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쉽게 피하게 되는 길입니다.


우리가 찾아야 할 주님의 길 그리고 주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길이 무엇인지 묻는 아침입니다.


"주님, 제 눈을 열어 주시어 저의 기도와 행동이 필요한 곳을 제가, 보고 일하게 하소서."


"기도하고 일하라." - Ora et Labora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