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보의 복음 단상]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던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는 파스카 성삼일을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로 시작하게 됩니다.
천국이 아닌 이 세상 그리고 당신의 사람들...
먼지투성이의 우리 얼굴들을, 부끄러운 탓들을 안고 사는 우리를 당신의 사람이라 기꺼이 부르십니다.
오늘은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발을 씻어 주셨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자들이 발로 걸어온 그 길을 씻어 주시고, 또 그들이 걸어갈 길을 씻어 주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제자들, 곧 우리가 걸어온 길을 축복하시고 또 걸어갈 길을 당신의 손으로 축복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나는 이들의 길을 축복하는 사람인지 저주하는 사람인지 묻게 됩니다. 사실 이것이 우리가 주님 안에 있는지 아닌지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더러운 발을 씻어 주셨다는 것의 두 번째 의미는 예수님께서 그들의 치부를 씻어주시고 부끄러워하지 않으신다. 곧, 덮어주신다는 의미입니다.
선과 악을 알게 되는 나무 열매를 따먹은 원죄에서 비롯해서 사람을 판단하고 단죄하는 인간의 교만이 사람이 되어 오신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게 합니다.
사실 예수님은 사도들에게 조차도 밀과 가라지를 나누는 일을 금하십니다. 밀인 듯 보이지만 가라지인 사람이 있고 가라지인 듯 보이지만 밀인 사람이 있기에 추수 때까지 기다리라며 사람에 대한 판단과 단죄는 오직 하느님의 몫이라 하셨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섣부른 판단이 하느님을 모독한다는 이름으로 하느님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사람이 되어 오신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습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우리는 주님이 하셨듯이 오직 이웃의 치부를 씻어주고 덮어주며 더불어 추수 때를 기다릴 따름입니다.
복음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나는 주님처럼 내가 만나는 이들이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축복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웃의 치부를 허물을 마음으로 함께 아파하며 덮어주고 씻어주고 있는가?...
입만 열면 이웃을 정치인을 그리고 또 다른 이들을 비난하기 바쁜 당신은 주님을 알지 못하는지도 모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서로 발을 씻어주라 하신 이유도 우리가 서로 걸어온 길을 위로하고 축복하며 앞으로 걸어갈 길들을 축복해 주라는 말씀입니다.
주님의 사랑 안에서 걸어온 길 그리고 걸어갈 길...
그 부르트고 상처 많은 이웃의 발을 씻어줄 수 있는 사람이길 기도합니다.
"그러나 저는 울지 않습니다. 지나간 잘못을 고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저의 과오도 저의 허물도 모두 자비하신 주님의 손에 맡겨드리고 얼마 남지 않은 저의 삶을 바라봅니다. 다만 저의 남은 삶이 남을 성화 시키고 저도 성화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 요한 23세 교황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