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보의 복음 단상]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래서 그들이 예수님을 배 안으로 모셔 들이려고 하는데, 배는 어느새 그들이 가려던 곳에 가 닿았다.
언젠가 봄, 지독한 가뭄이 계속되던 날이 있었습니다. 모내기를 방금 끝낸 논은 바짝 말라가고 논두렁의 어린 벼들은 볕에 바짝 말라가던 그런 날이었습니다.
양수기를 동원해 논에 물을 대고 난리를 부렸지만, 계속되는 가뭄에 벼들은 시들시들해져 갔습니다.
'씨를 뿌리는 것은 인간이지만 그것을 키우는 것은 하늘'이란 말을 생각하며, 농민들은 비를 내리지 않는 하늘을 원망했습니다.
그런 날들이 지나가고, 추수를 앞둔 그해 가을 큰 태풍까지 나라에 닥쳤습니다. 많은 전문가가 올해는 봄의 극심한 가뭄에 추수를 앞두고 태풍까지 닥쳐 흉년을 예상했습니다.
큰 태풍이 지나갔지만 웬일인지 태풍의 강한 바람 속에서도 벼들은 거의 쓰러지지 않고 곡식을 간직한 채 그해는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큰 풍년을 맞게 되었습니다.
봄에 가뭄 덕분에 어린 벼들이 물을 찾아 땅속 깊이깊이 뿌리를 내린 것이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고 풍년을 거둔 이유가 되었다고 후에야 전문가들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평론가(전문가)는 그 분야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하는 것' - Freddie Mercury 말이 딱 맞는지도...
눈을 뜨고 거울을 봤습니다. 어느새 절대 닮고 싶지 않았던 부끄럼을 모른다 생각했던, 내가 싫어했던 그이와 꼭 닮은 이가 서있단 생각에 부끄리며 거울 앞에서 돌아섰습니다.
가끔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릴 일을 찾기 위해 이 길을 걸었다 생각했는데...
그 길에서 참 멀리 있구나라는 생각에 자기 연민 가득해지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오늘 복음의 말씀은 위로입니다.
애써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 우리에게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저 그분을 내 안에 모시려 애쓰는...
'그들이 예수님을 배 안으로 모셔 들이려고 하는데, 배는 어느새 그들이 가려던 곳에 가 닿았다.'
내 안에 나보다 더 큰 원의로 우리를 목적지로 이끄시는 그분을 믿고 기도하고 희망합니다.
아멘 |